Feb 22, 2026 발행인 박성용
발행인 박성용
인공지능(AI)이 교육과 사회 전반을 급속히 재편하고 있는 오늘, 미래 학습의 핵심 질문은 더 이상 ‘무엇을 배우는가’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는 ‘어떤 인간으로 성장하는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물음 앞에 서 있다.
최근 인도 방갈로르에서 열린 ICCN 국제워크숍에서 기조발제를 맡은 필자는 이 문제의식을 교육 담론의 중심으로 제기했다. 오늘날의 교육 위기는 기술 격차나 학습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지식이 지혜와 분리되는 문명적 전환의 위기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AI는 날로 더 빠르고 정교해지고 있다. 그러나 기술의 가속이 곧 인간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술 중심의 질주는 교육을 기능 훈련과 정보 처리의 장으로 축소시키며, 윤리적 성찰과 공동체적 책임, 삶의 의미를 배우는 공간으로서의 교육을 점점 주변부로 밀어내고 있다.
“AI는 과연 누구를 위해, 무엇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가.”
오늘날 AI 담론은 경쟁력과 생산성, 데이터 확보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기술이 인간의 존엄과 문화적 토대를 어떻게 재편하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은 부족하다. 효율은 높아졌지만, 사회적 신뢰와 공동체적 연대는 약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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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을 넘어서는 ‘살아 있는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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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더 진보된 기술이 아니라, 인류가 오랜 세월 축적해 온 지혜에서 출발한다. 바로 무형문화유산(Intangible Cultural Heritage, ICH)이다.
무형문화유산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인간 중심 학습을 회복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지식 체계다.
한국의 발효문화는 미생물 과학과 생태적 순환, 공동체 협력의 지혜가 결합된 통합적 학습 시스템이며, 인도의 전통 계단식 우물은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인프라 설계의 집단적 지식이다. 몽골의 유목 목축 지식 역시 환경 관리와 사회 윤리, 책임의 균형을 아우르는 생태 문명의 모델로 기능해 왔다.
AI는 데이터를 처리할 수는 있지만 의미를 창조하지는 못한다. 기술은 패턴을 인식하지만 공동체의 신뢰와 책임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기술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언제나 인간의 가치와 문화적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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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중심 문명이 만들어낸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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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방향성 없는 가속이다.
AI의 확산은 노동시장 재편, 사회적 불평등 심화, 민주적 숙의 구조 약화라는 균열을 드러내고 있다. 더 근본적으로는 언어와 관습, 역사적 기억, 공동체적 가치와 같은 문화적 토대가 점차 침식되고 있다.
문화는 인간 사회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인프라다. 효율 이전에 신뢰가 있고, 기술 이전에 윤리가 있으며, 데이터 이전에 공동체가 존재한다. 문화적 지속가능성이 무너지면 아무리 정교한 기술도 사회를 지탱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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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을 넘어 교육의 재설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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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무형문화유산은 보존의 대상이 아니라 교육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세 가지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
• 전통지식을 과학·환경·사회과학과 연결하는 학제 간 통합 교육
• 전통 실연자와 공동체 장인을 교육 주체로 재정립하는 제도적 전환
• 체험과 참여 중심의 학습 생태계 확대
“AI 시대의 가장 큰 혁신 과제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이다.
디지털 역량과 함께 지혜와 책임, 사회적 의식을 기르는 교육이야말로 진정한 혁신이다.”
AI 시대의 진정한 경쟁력은 더 빠른 알고리즘이 아니라 더 깊은 인간성에 있다.